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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 테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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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070회 작성일 2003-10-02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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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의 향기, 윤소영

성당에서 피정(避靜)을 갔을 때의 일이다.
프로그램 첫머리에 한 수녀님께서 자리에 모인 우리들에게 시험지를 나누어 주며 3분 안에 풀라고 하셨다.
받아 보니 맨 위에 '끝까지 읽어보고 문제를 푸시오'라고 쓰여 있고 그 밑에 꽤 많은 문제들이 이어졌다.
수녀님은 초시계를 꺼내 〃5초, 10초〃 하며 시간을 재기 시작했다.

문제라는 것이 고작 숫자를 쓰라거나, 동그라미를 그리라거나, 이름을 거꾸로 써 보라는 등 피정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을 듯한 것들이었지만 누구 하나 의문을 제기하거나 투덜거리는 사람이 없었다.
째깍째깍 초침 소리를 의식하며 모두들 최대한 빠르게 연필을 움직일 뿐이었다.

3분이 다 되어갈 무렵 여기저기서 〃어머나!〃 하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맨 끝 문항을 보는 순간 내 입에서도 절로 〃어머나!〃 소리가 새어 나왔다.
거기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끝까지 읽어 보시느라고 수고하셨습니다. 문제를 풀 필요는 없습니다. 시험지에 이름만 쓰십시오.>
당혹해하는 우리를 보고 수녀님은 말씀하셨습니다.

〃시험지 첫머리에 끝까지 다 읽어 보고 풀라고 쓰여 있는데 무엇이 그렇게 급하셨나요?
내가 시간을 재고 있고 옆 사람이 열심히 푼다는 이유로 그 문제들을 서둘러 풀었나요?
남들이 다 탄다는 이유로 목적지도 모르는 기차에 올라탄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그것이 ´3분 테스트´의 교훈이었다.
´왜´라는 질문 없이 그저 바쁘게 움직이는 것, 방향 감각 없이 빠른 속도에 휘말리는 것은 분명 어리석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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