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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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271회 작성일 2005-08-25 09:10본문
<비 오는 날>
- 천상병 詩
아침 깨니
부실부실 가랑비 내린다.
자는 마누라 지갑을 뒤져
1백50원을 훔쳐
아침 해장으로 나간다.
막걸리 한 잔 내 속을 지지면
어찌 이리도 기분이 좋으냐?
가방 들고 지나는 학생들이
그렇게도 싱싱하게 보이고
나의 늙음은 그저 노인 같다.
비오는 아침의 이 신선감(新鮮感)을
나는 어찌 표현하리오?
그저 사는 대로 살다가
깨끗이 눈감으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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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면 회원동 어느 낡은 막걸리집에서 맛있는 명태지짐에 막걸리 한 잔 하자."
지난 8월 초, 오랜 친구와 손가락까지 걸어가며 맺었던 약속을 생각합니다.
그리고는 몇 번의 비가 내렸는데도,
사는 일이 뭐 그리 빠쁜 지 여태까지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오늘은 비 그치기 전에 만사 제쳐두고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보아야겠습니다.
빗소리에 실어 마산 사람 천상병 시인의 시 한편 부칩니다.
절박한 가난에도, 덧없는 세월에도 결코 잃지 않고 사는
자족의 경지를 배워보고 싶습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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