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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짤린(?)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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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220회 작성일 2005-12-17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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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 눈이 벌겋게 되도록 만든 글 한 편을 소개합니다.
................................................................................
그는 올해 46세.
1년전 회사에서 구조조정을 당했다.
대학졸업하고 18년을 한결같이 몸 바쳐 일해 온 직장이었다.
가정도 때로는 나 몰라라~ 했고 자신의 인생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12월 어느 날, 난데없이 인사부 차장이 오더니 부장님, 죄송합니다. 짐 싸셔야 겠습니다..... 하더란다. 그 말 한마디에 자신의 18년 청춘과 인생은 ‘제로, 한 줌 연기’가 되어 사라지고 말았다.

한 달 동안 아내에게 말하지 않았다. 차마 입을 뗄 수가 없었다.
두 아들은 지금 고 1, 중 2 한창 돈이 들어갈 나이였다.
모아놓은 돈은 없고 27평 아파트가 재산의 전부였다.
한달 쯤 공원에서 우두커니 앉아있기도 하고 가까운 산에 올라가서 하루를 버티기도 했다.
그러나 오래 속일 수는 없었다.

여보, 미안해...사실은 회사에서 잘렸어!
뭐라구? 정말이야? 설마 아니겠지?
아내는 남편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엉엉 울기도 했다.
아니, 이제 우리는 어떻게 살아? 아이들 한창 돈들어갈 때인데! 이제 큰 일났네!
당신은 그러게 회사 윗 사람들한테 좀 잘 보이지......이게 뭐야!
아내는 극도로 정서불안 증세를 보였다.
남편을 무능력자로 몰기도 했다가 회사를 욕했다가 정치하는 사람들을 싸잡아 욕했다가
결국 자신의 인생을 한탄하기도 했다.
아휴, 남 보기 창피해서 어쩌나....? 친구들한테는 또 뭐라고 하나?
아내는 우선 남의 시선이 더 창피한 듯 했다. 남편의 심정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남편은 아내의 그런 행태에 심히 불행했다. 술독에 빠져 보름을 지냈다.
집안 꼴은 엉망이 되어갔다. 아내는 남편을 다잡았다.
당신이 지금 뭐 잘했다고 술 마시는 거야? 회사에서 잘린 주제에!
남편은 어딘가 새로운 직장을 구해 다녀보았지만 이제 쉰을 바라보는 나이에 누가 선뜻 일자리를 내줄 것인가?
가정은 거의 풍비박산이 나기 직전이었다.

그렇게 엉망이 되어 살기를 세 달 쯤!
고 1 아들과 중 2아들이 난데없이 ‘엄마아빠......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하는 것이
아닌가?
아니 요것들 마져 나를 무시하는 거 아닐까? 이제 아빠 자리 내놓으라고 협박하려는
것은 아닐까?...그는 이제 완전히 자신감을 잃어버렸다. 아이들 보기도 무서웠다.
그러나 어쩌랴?
피할 수 없다면 당하는 수 밖에!
그는 거실에서 눈을 감고 앉아있었다. 마치 사형선고를 기다리는 죄수의 심정이었다.
큰 녀석이 입을 열었다.

엄마아빠, 여기 110만원 있어요. 저희가 두 달 동안 신문 돌리고 우유배달해서 번 돈이랍니다. 아빠가 잘못해서 회사 잘리신 것은 아니잖아요? 요즘 이태백시대라는데 아빠는 그래도 오랫동안 일하신 셈이예요. 아빠..그동안 너무 열심히 일하셨으니 좀 쉬세요. 안식년이라고 생각하시고 일이년 쉬시면서 새로운 것 찾아보세요. 그동안 저희들이 생활비는 벌게요.
물론 부족하시겠지만 저희도 아껴 쓸게요.
아내와 그는 어벙~ 넋이 나가버렸다.
아니, 이런 일도 다 있나? 요것들이 어린애라고만 생각했는데!
어느새 이렇게 훌쩍 커버렸담?
할말이 없어서 그는 눈을 감은 채 그냥 앉아있었다.
아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니. 니네들이 언제 그런 일을 했니? 이제 공부만 해..엄마가 돈은 벌테니!

아내는 남편에 대한 사랑보다 아이들에 대한 모성애가 더 빛났다.
아이들이 돈을 번다는 건 참을 수 없었다.세상 모진 풍파에 아이들을 내몰다니?
아냐, 이제부턴 내가 돈을 벌겠어!
엄마, 아니예요. 신문배달하고 우유 배달하니까 좋은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예요.
새벽운동도 하고 공부도 더 열심히 하게 되었어요. TV보면 우리보다 더 슬픈 사람들 얼마나 많아요? 이까짓거 아무것도 아니잖아요? 우리 가족들은 다 건강한데...그것만 해도 감사해야죠!

세상에!...,우리 아이들이 언제 저렇게 철이 들었을까?
부부는 아이들을 껴안고 울고 말았다.
아내는 그 이후 크게 깨달았는지 남편에게 잘못했다고 눈물을 흘리며 용서를 구했다.
당신, 너무 힘들었지? 내가 철이 없었어. 우리 아이들보다 더 세상을 몰랐나봐...언제 저렇게 철이 들었을까? 기특하지? 우리에게 아이들이 있는 한....우리는 희망을 버릴 순 없어. 여보, 내가 일을 구해볼게....그리고 당신 건강해치지 않도록 술은 이제 그만 마셔요!

며칠 후 아내는 식당에서 일하게 되었다고 자랑했다.
여보, 내가 시장 통 전주 비빕밥 집 있잖아? 그곳에 가서 아무 일이나 하겠다고 했더니 그렇잖아도 주방아줌마를 구하고 있었대. 당장 내일부터 와서 일하라는데?
아내는 생전 처음 자신의 힘으로 돈을 벌게 되었다면서 밤잠을 설쳤다.

나도 이제는 당신덕분에 인생 제대로 살게 되었어. 그동안 사실 당신 혼자 우리 가족들 먹여 살리느라고 너무나 고생했지 뭐. 애들이 나를 완전히 다른 인간으로 태어나게 해주었다니까.....우리 아이들만 생각하면 나는 어떤 어려운 일도 다 할 수 있을 것 같아. 아이쿠, 저 녀석들.....기툭한 녀석들...믿음직스럽고 이뻐 죽겠어. 어떻게 저런 애들이 내 뱃속에서 태어났을까....신기해죽겠다니까! 당신도 그렇지?

아들 녀석들 덕분에 부부사이도 다시 좋아졌다.
남편도 이제 모든 체면치레 다 훌훌 벗어던지고 막노동이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공사장을 찾아다녀 보았지만 아직은 겨울철이라 일자리가 쉽게 구해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사통팔달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아무 일이나 찾아보면 언젠가는 다시 일 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저는 지금 현재 백수랍니다....그러나 희망을 버리지 않은 백수라 곧 좋은 일이 있겠죠?
방긋 웃는 그를 보며 나는 가슴이 찡하게 아팠다. 아휴, 착하기도 하여라.....우리나라 사람들 어쩌면 이렇게 착하고 이쁜 사람들이 많을까?

나는 손을 잡으며 한마디 해주었다.
그래요, 당분간 집안 경제는 부도가 났을지 모르지만 사랑, 희망, 용기가 아직 살아 있잖아요? 사실 가장 무서운 것은 사랑부도, 희망부도, 용기부도가 아니겠어요?
그는 지금 아마도 가족의 사랑으로 따뜻하게 행복하게 살고 있을 것이다.
오히려 남편의 실직이 그 가정의 행복을 끈끈하게 되살려주는 불씨가 되었을 것이다.
대한민국 모든 실직자 가정, 힘내셔요. 희망만 잃지 않는다면 언젠가 반드시 새로운 행복이 찾아올 것입니다. 자, 아자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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