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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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차돌이 댓글 0건 조회 1,153회 작성일 2004-09-04 09:03본문
노년의 눈을 빌려 인생을 배운다 |
![]() 영화 속 절은 물 위에 떠 있다. 호수 어느 쪽에서도 그 절을 향해 배를 저어 갈 수 있지만, 스님도 방문객들도 다 담 없이 서있는 문을 통해서만 들고 난다. 절 집 안에서도 마찬가지다. 방에는 한가운데 부처님을 모셔 놓고, 양쪽으로 벽 없는 문이 세워져 있다. 벽이 없어 아무 데로나 다닐 법한데도 모두 문으로 들고난다. ![]() ![]() 절에서 자라는 아이는 심심하다. 호수를 건너 산으로 오른 아이는 물고기와 개구리와 뱀을 잡아 그 허리에 실을 묶어 돌을 매단다. 돌을 허리에 매달고 헤엄치고 기어가는 동물들. 아이는 웃지만, 우리들 평생의 삶에 떨쳐버리지 못하고 끌고 가야 하는 그 무엇처럼 무거워 가슴이 다 내려앉는다. 그래도 그 때 아이가 서있는 산은 봄이다. 새 잎이 나고 꽃이 피는 봄이다. 아이는 돌을 매단 동물들이 아파하는 것도, 자기 인생에 지고 가게 될 무거운 돌덩이도 아직 알지 못한다. ![]() ![]() ![]() 절에 요양하러 온 소녀와 사랑하게 된 소년 스님. 저 쪽 문 안쪽에 누운 소녀에게로 갈 때 그는 잠든 노스님의 몸을 타고 넘어, 문 아닌 뚫린 벽으로 나가 소녀의 이불 속으로 들어간다. 문은 그렇게 우리들 삶이 지나가야 하는 통로이지만, 때로 비껴 가고 싶어지는 거추장스런 얽매임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때는 세상도, 소년의 마음도 온통 푸른 여름이었다. ![]() ![]() ![]() ![]() 절에서 자란 청년은 한 여자를 사랑하는 마음 하나 붙잡고 절을 떠나지만, 결국 그 사랑의 목숨을 자기 손으로 끊어버리고 절로 도망쳐 온다. 아이 때부터 그를 키워주신 노스님은 분노로 절절 끓는 그가 피를 토하듯 뱉어내는 말을 들으면서도 그저 "그런데…, 그랬구나…" 하실 뿐이다. 그 때 세상은 가을이다. ![]() 노스님이 스스로 몸을 불살라 세상을 떠나고 오래 텅 비어있던 절에 중년의 남자가 돌아온다. 호수가 꽝꽝 얼어붙은 겨울이다. 절 앞 나무 바닥에 노스님이 마음을 다스리라며 써주신 반야심경을 한 자 한 자 칼로 파 새겨놓고 감옥으로 갔던 남자. 그 글씨들이 그 사람의 마음 바닥에도 그대로 새겨졌던가. ![]() ![]() 몸과 마음을 닦으며 절을 지키는 남자. 절을 찾은 이름 모를 여인이 두고 떠난 아기가 그 남자의 옆에 남고, 맷돌짝을 끈으로 묶어 허리에 두른 남자는 눈 덮인 산길을 넘어지고 미끄러지며 올라 산꼭대기에 부처님을 모신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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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trolls - adagio
혼자 놀기가 심심해진 동자승은 동맹이를 주워 물에 던져보았습니다.
고요한 물가에 파장이 일며, 헤엄치던 은어들은 쏜쌀같이 도망을 쳤습니다. 도망가는 은어 떼를 따라
물속으로 풍덩 뛰어든 동자승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은어 한 마리를 잡으러 손을 뻗었습니다.
하지만 은어는 마치 놀라기라도 하듯, 꼬리를 흔들며 잽싸게 달아나버렸습니다. 약이 오른 동자승은
돌맹이를 집어 던지며 은어 떼를 따라 이리저리로 뛰어다녔습니다. 하지만 은어들은 잡힐 듯, 잡힐 듯
하면서도 번번히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가 도망을 쳤습니다.
화가 치민 동자승은 얼굴까지 빨개졌습니다. 결국, 웅덩이 한구석으로 은어 떼를 몰아붙인 동자승은
드디어 돌무더기 아래서 은어 한 마리를 간신히 낚아챌 수 있었습니다. 동자승은 신기한 듯이 은어를
들여다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리곤 갑자기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돌맹이 하나를 주운 뒤,
은어의 주둥이에 돌맹이를 박아놓고는 까르르 웃었습니다.
은어가 몸부림을 쳐대자 동자승은 은어를 물속에 놓아주었습니다. 은어는 물살을 가르려 했지만
입에 박힌 돌의 무게 때문에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자꾸만 고꾸라졌습니다. 그런 은어가 신기하고
재미있었는지, 동자승은 키득거리며 구경을 하고 서 있었습니다.
아까부터 동자승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로 스님이었습니다. 동자승의 악동 같은
장난을 바라보고 있던 스님은 동자승이 이제 또 무슨 짓을 할지 궁금해졌습니다. 개울가에 있던 동자승은
방향을 바꾸어 숲속으로 뛰어들어갔습니다. 그리고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풀숲을 헤치며 뛰어다녔습니다.
그러더니 다시 물가로 내려왔습니다. 자갈이 깔려 있는 개울가에선 가끔씩 개구리들이 여기저기서 튀어
올랐습니다. 동자승은 개구리 흉내를 내며 폴짝폴짝 뛰어다녔습니다. 그러더니 잽싸게 개구리 한 마리를
낚아챘습니다. " 요놈아. 어디를 가려구 그래?"
개구리를 손에 움켜쥐고 요리조리 살피던 동자승은 이번에도 작은 돌맹이를 하나 주웠습니다. 그리고
은어에게 했던 것처럼 돌맹이를 개구리의 입에 박아버린 뒤, 개구리를 물속에 내려 놓았습니다.
개구리는 도망을 가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입에 박힌 돌맹이의 무게 때문에 물속에서 헛발질만 해대며
몸이 자꾸 뒤집혔습니다. 개구리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고통으로 몸부림쳤습니다. 동자승은 개구리를
바라보며 배를 움켜쥐고 깔깔거렸습니다. 멀리서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스님은 안쓰러운 얼굴로 혀를 끌끌
찼습니다. 하지만 스님은 여전히 동자승 앞에 몸을 드러내지는 않았습니다. 동자승은 개구리를 버려두고
다시 숲으로 뛰어갔습니다. 스님도 동자승을 따라 발길을 옮겼습니다.
숲길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던 동자승은, 갑자기 화들짝 놀라 소리를 질렀습니다. 독사 한 마리가 바로 옆에서
기어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독사를 보고 놀라 뒷걸음질 쳤던 동자승은 다시 뱀에게 다가갔습니다. 그리고
발 끝으로 뱀을 툭,하고 건드려 보았습니다. 그러나 뱀이 반응을 보이지않자, 동자승은 다시 발로 툭 차보고는
얼른 피하고 다시 또 툭 차보는 장난을 계속했습니다. 두려움과 흥분이 뒤섞인 동자승의 얼굴에 기이한 미소가
번졌습니다.
치명적인 독을 품은 뱀 앞에서 장난을 하고 있는 모습을 멀리서 바라본 스님은 뛰어나가 동자승을 말리려고
했지만, 이내 생각을 바꿨습니다. 스님은 조마조마한 가슴을 누르고 숨을 죽인 채 동자승의 위험한 장난을
바라보고만 있었습니다. 동자승은 곁에 있던 나무에서 가지를 하나 꺾어 뱀의 머리를 꾹 눌러보았습니다.
순간 뱀은 몸을 도사리며 달아나려 했습니다. 순간, 동자승은 뱀을 집어서 옆에있던 돌멩이 하나를 주워
뱀의 주둥이에 박아버렸습니다. 뱀을 놓아주니, 뱀은 꿈틀거리며 도망가려고 몸부림을 쳤습니다. 하지만
돌의 무게 때문에 제자리에서 몸만 비틀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동자승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깔깔대고
웃었습니다.
스님은 그런 동자승의 모습을 측은하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스님은
땅바닥에서 자갈들을 한 움큼 주워 들었습니다.
저녁이 되었습니다. 하루 종일 숲에서 뛰어다녔던 것이 피곤했던지, 동자승은 암자로 돌아오자마자 잠에
곯아떨어졌습니다. 동자승의 잠든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스님은 소리없이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리고 낮에 주워온 자갈들을 가져왔습니다. 스님은 깊이 잠든 동자승의 입을 벌리고 그 자갈들을 입안
그득히 채워 넣었습니다.
안개가 낀 새벽이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물 안개가 피어 오르는 주산지의 새벽은 절경을 이루고 이었습니다
스님은 새벽 예불을 마친 후, 마당에 서서 호수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비밀을
간직한 채 수백 년을 살아오고 있는 호수 앞에서, 스님은 자신의 삶이 한낱 찰나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순간, 동자승이 낑낑거리며 문을 열어 젖히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스님과 눈빛이 마주치자
동자승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로 눈물만 흘리고 있었습니다.
" 고통스러우냐? "
동자승이 고개를 끄떡거렸습니다. 동자승은 손으로 입 속의 돌을 꺼내려 애썼지만, 헛구역질만 할 뿐, 돌은
입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
" 물고기를 너처럼 그렇게 하였느냐? "
" 으으 ...... "
" 개구리도 너처럼 그렇게 하였느냐? "
" 으으 ...... "
" 뱀도 너처럼 그렇게 하였느냐? "
" 으으 ...... "
동자승은 고개를 끄덕거렸습니다. 동자승은 숨을 쉬기가 힘들었습니다. 얼굴은 고통으로 눈물 범벅이
되었습니다.
" 가서 모두 찾아라. 그리고 돌을 꺼내주어라. 그러면 네 입 속의 돌도 빼내주마. 물고기와 개구리와
뱀 중 하나라도 죽었으면 넌 평생동안 그 돌을 마음에 지니고 살아가야 할 것이다. "
동자승은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배에 올랐습니다. 스님은 동자승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깊은
생각에 잠겼습니다. 아주 오래 전의 일들이 떠올랐습니다. 그 동안 수없이 계절이 바뀌고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의 모습이 달라졌건만, 진실로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변하지 않는 모든 것들이
언제나 다시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가고 또다시 봄이 오듯이.
- 영화는 보지 못했고 책으로 읽었습니다. 마지막 부분을 옮겨 보았습니다. -
-[여기 저기서 퍼 온것 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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