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부, 살을 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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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창업&프랜차이즈 댓글 0건 조회 1,154회 작성일 2005-09-20 15:25본문
(주)놀부 김순진 대표
첫 번째 계단이 튼튼해야 백 번째 계단도 안전하다

2005년 6월 현재 놀부 브랜드 가맹점 수는 460개. 김순진 사장은 “가맹점 개수는 의미가 없다”고 했다. 가맹점이 “얼마나 많은 수익을 창출하느냐, 얼마나 오래 장수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잘라 말했다. 맞는 말이다. 그리고 자신감이다. 김사장이 말하는 놀부 경영의 요체는 ‘본사가 가맹점 경험을 미리 한다’는 것. 그렇게 함으로써 가맹점의 시행착오를 줄인다는 것이다. 모든 가맹점에서 제공하는 음식과 서비스를 동일하게 만들고 일관되게 유지하는 것이다. 놀부 가맹점의 모든 행동 강령은 모두 본사 경험의 바탕 위에 쌓아 올린 것이다.
그저께(2005. 5. 31) 중소기업특별위원회가 발표한 ‘영세 자영업자 대책’에 대해 이러니저러니 말들이 많습니다.
국가가 나설 정도면 퇴보하고 있다는 얘기 아닙니까. 국내 자영업의 어려운 정도를 스스로 증명하는 거지요. 고용 창출이 없고 기술의 깊이가 없음을, 세계와 겨룰 경쟁력이 없다는 것을···. 그러나 그런 상태에서도 무경험자들의 창업 열기는 대단히 높다는 것을 말입니다.우리나라가 일자리는 부족하고, 기업의 안정적인 성장도 부재하다는 걸 입증한 겁니다. 창업 실패 비율은 사실 높아요. 하지만, 창업을 하려면 자본 등 그렇잖아도 준비할 게 많은데, 자격까지 갖추라니요. 이제 취업은 물론이고 창업 문턱까지 높이려나 봅니다. 이번 자영업자 대책이 과연 실현될까 의문입니다.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는 사람으로서, 솔직히 책임감과 의무감은 더 커졌어요. 아직 열악한 창업시장의 여러 조건들을 리드하고 조언해야 하는 입장에서 말이지요. 국내 프랜차이즈의 안정적인 발판을 마련하는 데 더욱 힘써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종국에는 창업자가, 자영업자가 홀로 서기를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 하겠지요. 보다 용이하고, 안전하고, 장수하는 프랜차이즈를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안정적인 소자본 창업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 놀부의 의무입니다.
놀부를 창업하신 지도 벌써 열여덟 해가 흘렀습니다. 감회도 깊고 보람도 크실 줄 압니다.
1987년에 태어났으니, 놀부도 이제 청년 나이지요. 제 인생의 성숙기를 놀부와 함께 보냈습니다. 놀부에는 저의 희로애락이 녹아 있어요. 어느새 열여덟 돌이 됐다니, 뿌듯합니다. 다섯 평짜리 가게를 혼자 시작했는데, 지금은 놀부를 사랑하는 수많은 고객과 직원들이 존재하잖아요.
놀부라는 한 울타리에 임직원, 점주, 종업원을 다 합쳐 3800명의 고용 창출을 했다는 데 큰 보람을 느낍니다. 거기에 3인 가족만 잡아도 1만 명이 훨씬 넘어요. 제 재산목록 1호는 1987년 창업 당시부터 가게 벽에 걸려 있던,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그 끝은 심히 창대하리라’라는 성경 구절이 새겨진 나무판입니다(그 편액(扁額)은 지금도 놀부 사장실 한쪽 벽면에 모셔져 있다).
놀부의 2005년 상반기 실적은 어떠했습니까. CEO로서 솔직히 평가해 주시지요.
국내 창업시장이 전반적으로 어려웠지요. 경제 활성화가 막히고 체감경기는 얼어붙고···. 놀부는 시대 흐름과 대중 정서에 맞는 항아리갈비 출시로 그래도 선전했다고 봅니다. 3월 론칭 후 두 달 만에 50개 점이 개설됐으니까, 상당히 빠른 속도로 전개된 셈입니다(‘놀부집 항아리갈비’는 50평 이상 중대형 점포 위주로 출점하던 기존 놀부 방식에서 벗어나 15평 안팎의 중소형으로도 가맹점 개설이 가능하다). 놀부가 본래 돼지고기 전문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데다, 최근 트렌드와 컨셉에 들어맞는 시의 적절함이 맞아떨어졌다 할까요. 어떤 브랜드든 지속성이 문제인데, 돼지갈비는 일회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퓨전푸드와는 달리 꾸준히 먹히는 상품입니다.
BI를 교체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 것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어요. 신선하다, 놀부 간판은 오히려 요즘 부쩍 많이 보인다, 간판이 돋보인다는 얘기를 듣고 있습니다. ‘한국PL(제조물책임)경영대상’을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 최초로 수상했고, 신뢰기업대상(한국소비자포럼 선정)과 한국유통대상(대한상공회의소 선정) 국무총리표창 등 큰 격려를 받았습니다. 꾸준히 변화를 시도한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놀부 상반기는 성공적으로 평가하고 싶습니다. 어려운 시기였음을 감안할 때 만족스러워요. 새 시장(돼지갈비)을 개척했다는 자부심도 있고요.
‘올드 보이’ 놀부, 군살 깎고 ‘젊은 오빠’ 된다
놀부의 올 상반기 선전은 지난해 실적이 밑거름됐다. 놀부는 작년 불황 속에서도 가맹점 출점이 늘고 매출 역시 신장했다. 본사 매출도 전년 대비 20% 증가했다.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밀어붙인 결과다. TV에 지속적인 광고를 하고, 적극적인 언론 홍보를 통해 ‘신뢰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심었다. 특히 젊은층의 입맛이 점차 한식으로 돌아서는 흐름에 발맞춰 기존의 놀부 이미지를 보다 젊고 감각적으로 리뉴얼하는 작업을 준비했다.
김순진 사장의 불황 극복 비결은 일견 싱겁다. 프랜차이즈의 생명은 동일성인 만큼 “가맹점주들과 활발히 의사소통을 하고, 가맹점의 의견을 신속히 반영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위기일수록 보다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새로운 아이템을 개발하고, 히트 상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하는 것만이 살 길이다. 잘나갈 때 근면과 절약 생활을 습관화해야지, 어려울 때 줄이거나 감원하면 더 위축돼 일어날 수 없다”는 대목은 귀담아들을 만하다. 곁들여 김사장이 털어놓은 요즈음 고민거리에는 밑줄을 쳐도 좋겠다.
“두세 개 식당이라면야 무슨 걱정이겠습니까. 한눈에 감지하고 대처하지요. 이제 놀부 덩치가 커지니, 한눈에 들어오질 않네요. 어떤 의사를 쉽게 뒤집을 정도로 몸이 가볍질 않아요. 기다릴 기회를 안 주는 현실에서는 즉각 즉각 의사 결정을 하고 처리해야 하는데···. 프랜차이즈 기업이 뿌리내리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가맹본부가 합리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가맹점에 빠르게 전파하는 일, 서로 같이 왼발, 오른발을 맞추는 일, 서로 호흡을 맞추는 일에는 연습 시간과 강한 의지가 필요합니다.”

항아리갈비는 주거상권, 변두리상권에서도 장사가 됩니다. 점포 임대료와 권리금 등 초기 투자비용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얘기지요. 또 메뉴와 입지 특성상 일 주일 장사가 가능해 투자대비 수익성이 높다는 게 장점입니다. 식사 손님과 주류 손님 등 다양한 고객층을 잡을 수 있는 아이템이에요. 제가 돼지갈비 실패 경험이(김순진 사장은 1987년 서울 신림동 신림극장 뒷골목에 보쌈집을 열기 전, 백반집·돼지갈비집·곰장어집 등을 하다 실패했다) 있어요. 그후 돼지갈비의 위험 요소와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을 머릿속에 오래도록 간직해 왔습니다.
기본 육즙에 천연재료 소스를 배합, 숙성한 맛이 항아리갈비의 경쟁력입니다. 깊이와 대중 친화력을 함께 갖춘 맛을 내는 노하우가 충성고객의 입맛을 계속 잡아주는 거지요. 놀부의 신뢰도에다 그러한 맛을 유지해서 장수 브랜드가 될 자신이 있어요. 걱정은, 항아리 이미지의 카피와 유사 브랜드 난립입니다. 놀부가 새 아이템을 만들어 놓으면, 일 년이 지나지 않아 지방 소도시까지 우후죽순 생겨나고 그래요. 경쟁사회니 어쩌겠어요. 놀부만의 강점을 더욱 강화하고 브랜드 파워를 키워야지요.
창업자들은 이걸 알아야 합니다. 돈 좀 아끼겠다고 한다면 모를까, 제대로 된 노하우를 제공하는 튼튼한 프랜차이즈 본사를 선택해야 합니다. 본사 실패는 곧 점주 실패로 이어지잖아요. 그런 일이 거듭되면 프랜차이즈 자체의 이미지도 실추되고요. 창업자는 가맹본부의 시스템과 신뢰도, 조직력 등을 점검하되 실제 점주들의 만족도와 성공률까지 반드시 체크해야 합니다.
놀부의 하반기가 기대됩니다. 하반기에 꼭 이루고자 하는 계획,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는 무엇입니까.
10대, 20대가 소비시장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놀부가 보수적이다, 놀부는 늙었다고 생각해요. 보다 젊고, 날씬하고, 건강하고, 세련된 놀부 만들기가 필요하지요. 그러한 이미지로 변화하려 노력할 겁니다. 그리고, 고객들에게 건강 더하기 행복을 드리는 것으로 보답해야겠지요. 현재 방영중인 CF 컨셉도 놀부와 고객의 ‘행복한 만남’입니다.
캐릭터를 새로 만드는 이미지 변신 작업은 70% 정도 진행됐어요. 놀부를 현대적으로, 영맨(Young Man)으로 거듭나게 하는 겁니다. 뱃살도 깎고, 턱살도 깎고··· 놀부 임직원 모두 살을 깎는 정신으로 일하겠다는 의미도 담아내면서 말이지요. 어려움은, 기존 이미지가 엄청 강하다는 것이지요. KFC도 지금 할아버지를 젊은이로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답니다. 미국 어디 한 군데 점포에서 시범 운영중이라더군요. KFC에 비하면 놀부는 발빠르지 않습니까? 시의 적절한 변신이라고 봐요.
100년 만의 무더위에 대비해 야심찬 메뉴를 개발해 놨는데, 100년 만의 무더위가 오질 않는다니 안타깝네요. 강의를 할 때마다 제가 강조하는 게 그겁니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시대에 맞는 상품을 개발하고 변화해라, 그리고 스피디하게 가맹점에 제공해라. 예전 우리 어머니들을 보세요. 뒤주에 쌀이 떨어지면, 어머니 얼굴이 무거워지고 집안 분위기도 가라앉고 그랬잖아요. 이 변화무쌍한 세상, 시장이 급변하고 경쟁이 심화되고 전망 지표가 불투명한 가운데, 그럴수록 여유 있게 가야지요. 준비가 탄탄하면, 쌀독에 쌀이 있으면 아무 걱정이 없어요. 쌀을 꺼내서 밥을 지으면 그만이니까.
레서피만이 저를 살찌우고 행복하게 하는 경쟁력입니다. 놀부 <조리기술서>에는 계절에 따라 바람(수분)이 들어간 정도가 다른 무의 탈수 시간과 그에 따른 채칼의 쓰임새가 밀리미터 단위로 적혀 있습니다. 그게 바로 가맹본부의 의무라고 생각해요. 깜박 졸면 죽는 세상, 일등이 하루 아침에 곤두박칠치는 세상입니다. 100년 가는 기업이 고작 12퍼센트라는데···. 조그만 구멍가게 하나 차렸다고 겸손해 하면서, 하나하나 준비하고 송곳 찌르듯이 치고 나가는 젊은이들이 두려워요. 상상해 보세요, 그 패기와 열정을.
놀부의 중국 진출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준비 과정과 현황, 향후 전략 등을 밝혀 주시면 좋겠습니다.
10년 전부터 탐색전을 벌이고 있는데···. 중국이 기회의 땅이고 거대 시장임은 분명하지만, 다양한 국가가 집중하는 곳입니다. 경쟁력 없이는 절대로 성공 못해요. 중국은 일단 가자 하고 성큼성큼 갈 데가 아닙니다. 그래 가지고 맥도날드를 잡나요, KFC를 잡나요. 급할 이유가 하나 없습니다. 모험할 때가 아니에요. 일개 식당이라면 모를까, 프랜차이즈가 나가는데 말이지요. 중국은 프랜차이즈 시장 질서가 점차 성숙되고 관련 법규도 잡혀가고 있지만, 여전히 준비 단계가 많고 행정 절차가 까다로운 곳입니다. 위험성이 그만큼 높고, 보다 세심한 준비가 필요하단 말이지요. 조기 진출보다 기반 다지기가 중요합니다.
현재 모델점포 입지를 보고 있어요. 장사는 물론 한국인이 아니라 현지인을 대상으로 할 겁니다. 한국인을 고객으로 할 바에야 왜 나갑니까. 그건 시간 낭비, 자원 낭비일 뿐입니다. 그거야 현지 교민들, 교포들 몫이지요. 올해 안 되면 내년 상반기까지는 직영점을 내려고 해요. 중국에서는 직영점 두 개를 일 년 이상 운영해야 가맹사업을 할 수 있습니다. 준비를 오래 하면 대신 실천을 빨리 할 수 있어요. 만족할 때까지 계속 준비하는 것이 제 경영전략입니다. 제 사전에 ‘때는 늦으리’라는 말은 없습니다.
연용호 편집국장 chief@bizhouse.co.kr
月刊<창업&프랜차이즈> www.bizhous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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