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열정’과 푸근한 ‘나눔’으로 이룬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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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창업&프랜차이즈 댓글 0건 조회 1,252회 작성일 2005-09-20 15:24본문
알파유통(주) 이동재 회장

청소년기에 학문을 닦고, 서른에 뜻을 세우고, 마흔에는 세상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쉰에는 하늘의 명을 알고, 예순에 세상 모든 이치를 깨닫고, 일흔에는 모든 행동이 사회 규범에 한치의 어긋남이 없는 사람이 있다면 분명 공자에 버금가는 성인군자일 것이다.
공자 말씀 가운데 한두 가지만이라도 실천하고 해당된다면 정말 대단하고 존경받을 만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시대가 변하고 인간의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쉰살에 하늘의 명을 알고 받아들이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그런 사람이 과연 있을까.
알파유통(주) 이동재 회장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두서너 가지는 공자의 말씀처럼 이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공부 잘했고 웅변대회를 휩쓸던 모범생으로 청소년기에 서울로 유학을 왔고, 20대 중반에 문구사업을 시작했고, 마흔에는 뒤돌아볼 새 없이 일에 매달렸고, 쉰살에는 나눔의 기쁨을 느끼며 살아왔다. 몇 년 후 예순이 되고 또 일흔이 되면 아마도 공자님 말씀대로 살 것 같은 사람이다.
부지런함은 부모님이 물려주신 값진 유산

나이가 들면 잠이 없어진다는데, 그런 것일까. “왜 그렇게 일찍 일어나세요?”라는 기자의 질문에 “어릴 적부터 몸에 밴 습관”이란다. 요즘도 그런 곳이 있지만 시골에서 나고 자란 그는 집에서 3km나 떨어진 초등학교를 입학하면서부터 걸어다녔다. 지각을 하지 않으려면 일찍 일어나야 했고 그러던 것이 습관이 됐다. 지금까지 자명종이나 누가 깨워서 일어난 기억이 없단다. 이회장은 자신의 부지런함을 ‘부모님이 물려주신 가장 값진 유산’이라고 생각한다.
“재산을 물려주는 것보다 스스로 삶을 개척할 수 있는 부지런함과 건전한 정신, 건강한 신체가 훨씬 소중한 유산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생력이 없는 자식에게 물려주는 재산은 오래 못 갑니다. 부모님은 제게 부지런함을 강요하지 않으시고 몸소 실천하셨습니다. 자연히 부모님에게서 부지런함을 배웠고 그것이 제 인생에 가장 훌륭한 교훈이자 값진 유산이죠.”
이회장은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값진 유산’을 자녀들에게도 물려줬다. 지금까지 부지런함의 소중함과 가치를 느끼며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 가치는 변함없는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아침 일찍 자녀들을 깨워 함께 등산을 하며 대화를 나누는 것이 유일한 취미이자 가장 큰 즐거움이다. 새벽 단잠을 깨우는 아버지가 때론 싫기도 하련만, 돈보다 소중한 유산을 물려주려는 깊은 뜻을 아는지 두 딸과 하나뿐인 아들은 불평 한 번 하지 않았단다.
이회장은 부지런함 예찬론자를 넘어 신봉자에 가깝다. 그리고 그 소중한 유산을 자녀들뿐 아니라 직원들에게도 물려주고 싶어한다. 그와 관련한 일화를 소개한다.
회사 설립 초기부터 10년 넘게 근무한 직원이 가맹점을 차려 독립했다. 그런데 어느날 이회장을 찾아와 “건물주가 임차료를 올려 달라는데 어떡해야 할까요?” 하고 물었다. 이회장은 건물주가 월세를 올리지 못하게 하는 방법을 알려줬다. “사업하는 동안 매일 아침 1시간 빨리 가게 문을 열고 건물 주변을 깨끗이 청소하라”는 것이었다. “그래도 월세를 올리면 내가 물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 직원은 다음날부터 한 시간 일찍 나가 건물 주변을 청소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청소를 했고 주변 상인들과 건물 입주자들은 입을 모아 그 직원을 칭찬했다. 건물주도 나중에 그 사실을 알게 됐고 점포 월세를 인상하면서 알파문구 매장은 종전 금액을 내도록 배려해줬다. 몇 년 후 건물주가 바뀌었을 때도 청소를 계속했고 새 주인은 그 사람을 불러 건물 전체 관리를 맡겼다. 다른 점포보다 저렴한 월세를 내면서 관리 수당까지 받으며 10년 동안 한자리에서 알파문구 매장을 운영한 그 사람은 제법 큰돈을 모았다.
“우유를 시켜 먹는 사람보다 배달하는 사람이 장수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우스갯소리 같지만 얼마나 의미심장한 말입니까. 학벌이나 재산, 명성은 한순간 빛나는 장식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부지런함은 건강과 부를 함께 누릴 수 있게 해주는 하늘의 축복입니다. 다만 그 축복을 받을 수 있는 그릇을 갖추는 것은 사람의 몫이겠죠.”
열정과 능력, 그리고 나눔의 실천

문구에 대한 이회장의 애착과 의미는 남다르다. 그에게 문구는 사업 그 이상이다. 청춘을 바쳐 키운 자식이고, 열정을 쏟은 연인이며, 인생의 동반자다. 자구마한 체구에 온화한 얼굴, 말이 적고 조용한 품성이지만 ‘문구’이야기만 나오면 웅변가로 변신한다. 아마도 ‘문구’라는 말만 들으면 온몸에 에너지가 솟구치는 모양이다.
“현대는 미디어 시대라고 합니다. 그런데 미디어를 가능케 하는 것이 바로 문구예요. 종이에 연필로 글씨를 써야 전달이 되고 책도 만들어지잖습니까. 그런 점에서 문구 자체가 미디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구는 경제와 교육에 이바지하고 애국심까지 고취시키고 나누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연필 하나로 세계시장의 65%를 점유하고 있는 외국 문구브랜드가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대단합니다. IT산업의 바탕도 문구예요. 엡손이나 휴렛팩커드, 제록스 같은 IT기업도 문구사업으로 성장했어요. 면도기로 유명한 질레트는 파카만년필을 만드는 자회사가 있고 제약, 의류, 학습지 등 외국의 대기업들도 문구를 만드는 계열사를 갖고 있습니다.”
이회장이 꼽는 최고경영자의 덕목은 열정과 능력, 그리고 나눔이다. 미치도록 일에 몰두하는 열정과 남다른 안목으로 사업을 판단하고 조직을 이끌어 가는 능력, 그리고 자신이 가진 것을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지론이다.
이회장 자신이 이 세 가지 덕목을 실천하며 살아왔고 그렇기에 지금의 성공을 거뒀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회장의 나눔은 3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남대문에서 문구사업을 시작할 당시 서울에도 수도가 귀하던 시절이었다. 물 한 바가지 주는 것을 아까워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지만 이회장은 시장 상인들에게 맘대로 물을 쓰도록 했다. 상인들 사이에 “인심 좋은 젊은이가 수돗물을 그냥 쓰게 해준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남대문 입구 노점상들부터 신세계백화점 앞 상인들까지 물을 받으러 줄을 섰다. 작은 문방구를 하면서 수십 명의 상인들에게 공짜로 물을 주고 매달 비싼 수도요금을 낸다는 것이 ‘세상물정 모르는 젊은이의 허세’로 치부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청년 이동재는 개의치 않았고 24시간 수도를 개방했다. 지금도 남대문 알파문구 매장에는 상인들이 찾아와 수돗물을 받아간다.
수돗물로 시작된 이회장의 나눔은 해를 거듭하면서 더욱 확대됐다. 한국메세나협의회 회원으로 문화단체들의 공연을 지원하고 8년 전부터 불우한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해 오고 있다. 남대문 알파매장에 갤러리를 만들어 무료 대관하고 농촌지역과의 협력, 보육원 후원 등 적극적인 나눔 활동을 펼치고 있다. 가맹사업을 시작한 것도 직원들을 사장으로 만들어줘야겠다는 나눔의 실천이었다.
두려움 모르고 주저함 없는 ‘작은 거인’

“은퇴라뇨? 아직도 할 일이 많습니다. 오늘 중소기업대상 시상식에 가서 보니까 80세가 넘는 제조업체 사장님도 계시더라구요. 그런 연로하신 선배들도 일하시는데 육십도 안 된 내가 쉰다는 건 말도 안 되죠. 앞으로 20년은 더 일해야 하지 않겠어요?”
이회장은 닉네임은 ‘작은 거인’이다. 모든 일에 두려움을 모르고 주저하는 일이 없다. 그의 얼굴과 행동에는 항상 자신감이 넘쳐 흐른다. 알파사옥 4층에 있는 집무실까지 매일 오르내리면서도 전혀 힘든 기색이 없다.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젊은 사람도 무거워하는 박스를 번쩍번쩍 들어 나른다. 탄력 있는 얼굴 피부와 젊은이를 능가하는 체력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술, 담배 안 하고 날마다 산에 올라 운동을 한 덕분만은 아닐 것이다.
지금도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회사 업무를 꼼꼼히 챙기고 책상에 앉아 문구류를 유심히 살펴본다. 얼마 전에는 가맹점 매출 향상을 위한 온라인 쇼핑몰 구축을 완료했다. 한 가지 프로젝트가 끝났으니 이제 또 머릿속에 어떤 구상을 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무슨 일이든 힘들고 어렵다고 생각하면 해낼 수 없다. 지레 겁먹지 말고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실행하는 게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한다.
오직 일에 파묻혀 사는 것 같지만 가끔은 달콤한 휴식을 즐기기도 한다. 퇴근과 동시에 휴대폰을 끈다. 해외출장에 가족을 동반, 일정을 조금 늘려 관광을 한다. 일이 곧 휴식이 되는 셈이다. 아무리 바쁘고 힘들어도 시간을 쪼개 쓰면 된다는 게 이회장의 지론. 24시간이 모자랄 것 같은 바쁜 일상 속에서도 틈틈이 배운 스키 실력은 수준급. 시간 나면 가족들과 여행도 자주하는 편이다.

이회장은 가끔씩 지난 세월을 돌이켜보곤 한다. 35년이란 세월 동안 겪었던 많은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지금도 일을 놓지 못하는 것은 욕심이나 집착이 아니다. 반드시 하고픈 일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다. 지천명(智天命)을 넘어 이순(耳順)을 바라보는 이회장의 바람은 한 가지, 회사가 건강하게 오래도록 생명체로 남았으면 하는 것이다. 그는 알고 있다. 이제 그것은 자신이 감당해야 할 짐이 아니라 그가 아끼고 사랑하는 ‘알파 가족’들의 몫이란 것을.
오경석 기자 ohyes@bizhouse.co.kr
홍덕선 기자 elvis@bizhouse.co.kr
月刊<창업&프랜차이즈> www.bizhous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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