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지는 소자본 창업]<上>투자실패 사례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119회 작성일 2003-11-14 23:29본문
무역회사를 그만두고 1년 전 서울 송파구에 피자전문점을 낸 이모씨(46)는 최근 창업의 꿈을 접었다. 처음 몇 개월간은 장사가 잘 되는 듯했다. 하지만 ‘대목’이라는 소문이 퍼지자 경쟁업체들이 하나 둘씩 근처로 모여들었고 급기야 똑같은 체인점까지 근처에 한 개 더 생겼다.
프랜차이즈 본사(가맹본부)에 항의했으나 “자금사정이 안 좋아 같은 동에 작은 가맹점을 하나 더 주었으니 이해해 달라. 워낙 경쟁력이 좋은 곳이라 매상에 큰 지장은 없을 것”이라고 변명했다. “대신 1년 뒤 가맹계약을 아무조건 없이 갱신해주겠다”는 약속을 덧붙였다.
그러나 계약갱신 직전 매상은 급감했다. 다른 점포들이 ‘인터넷 주문’ 시스템을 도입하며 관할구역을 넓혀 이씨의 영업구역을 ‘침범’했기 때문이다. 또 주변엔 판매품목이 비슷한 ‘스파게티 전문점’까지 생겨나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이씨는 “가맹본부들은 ‘되겠다’ 싶으면 잘나가는 상권에 마구 가맹점을 늘리고 있다”며 “그러나 이것은 경기가 조금만 나빠져도 가맹점을 망하게 하는 길이다”라고 지적했다.
산업자원부가 지난해 말 가맹본부 577곳을 조사한 결과 최근 1년간 가맹점포 1∼10곳을 신규로 내 준 곳은 209곳(36.2%)에 달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동수(同數)의 가맹점포가 폐점한 곳은 223곳(38.6%)에 달했다. 마구잡이로 가맹점을 늘린 결과였다. 이 같은 창업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급격한 경기 침체와 창업 성공을 어렵게 하는 사회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전직 은행원인 윤모씨(42)는 퇴직금 등 1억2000만원을 모아 2001년 12월 서울 강서구에 PC방을 창업했다.
창업 2개월 전 중소기업청이나 금융기관에서 창업지원금을 지원받으려 했으나 이미 관련예산 및 자금이 바닥난 상태였다. 이 때문에 거래은행에서 창업자금 일부를 담보대출 받아 창업을 강행했다.
윤씨는 가맹본부측이 권하는 대로 평당 140만원을 주고 30평 규모의 인테리어를 했다. 하지만 곧 냉방배선이 고장났고 문짝이 내려앉았다. 다른 인테리어업자는 “평당 50만원짜리 밖에 안 된다”고 혹평했다. 윤씨가 확인해본 결과 본사측에서 가맹비(1000만원)뿐만 아니라 인테리어비로 평당 50만원씩 남긴 사실을 알게 됐다. 윤씨는 본사측에 항의했지만 “인테리어 디자인에 대한 지적재산권 비용, 인테리어 업자에 대한 교육비와 소개비 때문”이라는 구차한 변명만 들었다.
윤씨는 장사를 포기하고 결국 부동산에 ‘권리금 없는 매각’을 의뢰했다. 그러나 이것도 만만치 않았다.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원매자조차 나서지 않았다. 집주인은 한술 더 떠 “부동산 가격이 상승했다”며 월세 인상까지 독촉했다. 윤씨는 결국 올해 6월 별도의 철거비를 들여 인테리어 자재를 폐기했다. 살 때부터 중고이긴 했지만 컴퓨터를 오히려 인수비를 지불하고 고물상에게 넘겼다. 월 100만∼150만원의 수익을 남기기는 했지만 이는 윤씨의 ‘인건비’에 불과했다. 그는 보증금 2000만원을 제외하면 1년반 만에 1억원가량의 손실을 보고 창업 부도의 대열에 끼었다.
‘인터넷 창업’의 경우 가게를 만져보지도 못한 채 ‘투기세력’에 의해 돈을 뜯기는 피해까지 보고 있다. 비디오방을 운영하다 지난해 9월 창업박람회장을 찾은 박모씨(38)는 ‘5000만원으로 창업하면 한달에 300만원을 번다’는 선전에 솔깃해 발을 잘못 들였다.
인터넷으로 지역정보지를 만들어 광고영업을 하면 돈을 벌 수 있고 유능한 영업사원도 추가로 고용할 것이기 때문에 투자만 하면 만사형통이라는 말을 믿었지만 사이트에 대한 인지도는 올라가지 않았고 광고주들은 하나 둘 사라졌다. 결국 박씨의 ‘창업자금’은 ‘콘텐츠 개발비’ 명목으로 모두 날아갔다.
한국창업개발연구원 유재수(柳在洙) 원장은 “현재 창업 부도자가 늘고 있는 이유는 경기 침체가 가장 큰 원인”이라며 “그러나 일반기업체와 달리 소자본창업자들은 ‘위기’가 오면 ‘도산’밖에 대안이 없으므로 국가적으로 이들의 실패를 제2의 성공으로 거듭나게 해 주는 지원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장강명기자 tesomiom@donga.com
2003/08/10
프랜차이즈 본사(가맹본부)에 항의했으나 “자금사정이 안 좋아 같은 동에 작은 가맹점을 하나 더 주었으니 이해해 달라. 워낙 경쟁력이 좋은 곳이라 매상에 큰 지장은 없을 것”이라고 변명했다. “대신 1년 뒤 가맹계약을 아무조건 없이 갱신해주겠다”는 약속을 덧붙였다.
그러나 계약갱신 직전 매상은 급감했다. 다른 점포들이 ‘인터넷 주문’ 시스템을 도입하며 관할구역을 넓혀 이씨의 영업구역을 ‘침범’했기 때문이다. 또 주변엔 판매품목이 비슷한 ‘스파게티 전문점’까지 생겨나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이씨는 “가맹본부들은 ‘되겠다’ 싶으면 잘나가는 상권에 마구 가맹점을 늘리고 있다”며 “그러나 이것은 경기가 조금만 나빠져도 가맹점을 망하게 하는 길이다”라고 지적했다.
산업자원부가 지난해 말 가맹본부 577곳을 조사한 결과 최근 1년간 가맹점포 1∼10곳을 신규로 내 준 곳은 209곳(36.2%)에 달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동수(同數)의 가맹점포가 폐점한 곳은 223곳(38.6%)에 달했다. 마구잡이로 가맹점을 늘린 결과였다. 이 같은 창업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급격한 경기 침체와 창업 성공을 어렵게 하는 사회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전직 은행원인 윤모씨(42)는 퇴직금 등 1억2000만원을 모아 2001년 12월 서울 강서구에 PC방을 창업했다.
창업 2개월 전 중소기업청이나 금융기관에서 창업지원금을 지원받으려 했으나 이미 관련예산 및 자금이 바닥난 상태였다. 이 때문에 거래은행에서 창업자금 일부를 담보대출 받아 창업을 강행했다.
윤씨는 가맹본부측이 권하는 대로 평당 140만원을 주고 30평 규모의 인테리어를 했다. 하지만 곧 냉방배선이 고장났고 문짝이 내려앉았다. 다른 인테리어업자는 “평당 50만원짜리 밖에 안 된다”고 혹평했다. 윤씨가 확인해본 결과 본사측에서 가맹비(1000만원)뿐만 아니라 인테리어비로 평당 50만원씩 남긴 사실을 알게 됐다. 윤씨는 본사측에 항의했지만 “인테리어 디자인에 대한 지적재산권 비용, 인테리어 업자에 대한 교육비와 소개비 때문”이라는 구차한 변명만 들었다.
윤씨는 장사를 포기하고 결국 부동산에 ‘권리금 없는 매각’을 의뢰했다. 그러나 이것도 만만치 않았다.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원매자조차 나서지 않았다. 집주인은 한술 더 떠 “부동산 가격이 상승했다”며 월세 인상까지 독촉했다. 윤씨는 결국 올해 6월 별도의 철거비를 들여 인테리어 자재를 폐기했다. 살 때부터 중고이긴 했지만 컴퓨터를 오히려 인수비를 지불하고 고물상에게 넘겼다. 월 100만∼150만원의 수익을 남기기는 했지만 이는 윤씨의 ‘인건비’에 불과했다. 그는 보증금 2000만원을 제외하면 1년반 만에 1억원가량의 손실을 보고 창업 부도의 대열에 끼었다.
‘인터넷 창업’의 경우 가게를 만져보지도 못한 채 ‘투기세력’에 의해 돈을 뜯기는 피해까지 보고 있다. 비디오방을 운영하다 지난해 9월 창업박람회장을 찾은 박모씨(38)는 ‘5000만원으로 창업하면 한달에 300만원을 번다’는 선전에 솔깃해 발을 잘못 들였다.
인터넷으로 지역정보지를 만들어 광고영업을 하면 돈을 벌 수 있고 유능한 영업사원도 추가로 고용할 것이기 때문에 투자만 하면 만사형통이라는 말을 믿었지만 사이트에 대한 인지도는 올라가지 않았고 광고주들은 하나 둘 사라졌다. 결국 박씨의 ‘창업자금’은 ‘콘텐츠 개발비’ 명목으로 모두 날아갔다.
한국창업개발연구원 유재수(柳在洙) 원장은 “현재 창업 부도자가 늘고 있는 이유는 경기 침체가 가장 큰 원인”이라며 “그러나 일반기업체와 달리 소자본창업자들은 ‘위기’가 오면 ‘도산’밖에 대안이 없으므로 국가적으로 이들의 실패를 제2의 성공으로 거듭나게 해 주는 지원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장강명기자 tesomiom@donga.com
2003/08/1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